온실가스 Scope 3란 무엇인가

온실가스 Scope 3란 직접적인 제조를 포함해 기업이 모든 비즈니스 활동에서 발생시키는 공급망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말합니다.

조금 생소한 개념일 수 있지만, 알고 보면 우리 모두가 지금 이 시간에도 쉼 없이 이 Scope 3 배출에 동참하고 있는 중입니다.

좀 더 쉽게 예를 들어볼까요?

애플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가장 대표적인 글로벌 대기업 중 하나입니다. 특히 애플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어떤 기업보다도 열심인 것으로 유명하죠. 2018년에 이미 기업의 운영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RE100을 달성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플이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기업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바로 Scope 3 문제 때문이죠.

사실 애플이 그 자신의 Scope 1, 2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은 그렇게 크게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아니, 물론 쉽지 않지만 애플의 자금력과 기술력, 그리고 의지력을 봤을 때는 어렵지 않다는 뜻입니다)

Scope 1은 기업이 사업장 내에서 직접 석유나 가스 등을 태워서 발생하는 탄소를, Scope 2는 전기를 사용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탄소를 말합니다.

애플은 글로벌 IT 기업이니 Scope 1은 법인차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나올 것이 없고,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전기 (Scope 2)만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아이폰을 제조하는 대만의 ‘폭스콘’까지 범위를 확장하면 어떨까요? 또 완성된 아이폰이 전 세계에 판매되기 위해 배나 비행기를 타고 배송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어떻습니까? 더군다나 우리가 매일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발생시키는 탄소까지 범위를 확장한다면, 이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기업들이 온실가스 Scope 3 문제를 어려워하는 이유입니다. 기업의 직접적인 컨트롤 범위를 벗어나는 배출이 너무나 많아지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야심찬 목표를 천명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Scope 3 배출에 대해서는 아예 목표에서 제외되어 있거나 그 목표가 모호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만큼 Scope 3 문제는 기업들에게는 골치 아픈 계륵과도 같은 존재인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들이 언제까지나 이 Scope 3 문제를 외면할 수 있을까요? 이미 글로벌 트렌드는 기업들에게 Scope 3 문제에 대한 확실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Scope 3 문제가 이렇게 대두된 것은 굉장히 최근의 일입니다. 그 전까지는 Scope 1, 2의 넷제로만 해도 충분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죠.

그런데 왜, 어쩌다가 이렇게 어려운 Scope 3 문제가 대두되게 되었을까요? 그 배경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탄소감축을 향한 기업들의 본격적인 노력의 시작. “파리 기후변화협약 제21차 당사국 총회”

2015년에 있었던 21차 당사국총회 전까지, 탄소감축은 사실상 정부 차원의 공적인 영역에 속해 있는 문제였습니다. 대표적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처럼, 정부가 기업을 규제하고 세금과 같은 형식으로 탄소가격을 책정하는 형태가 탄소감축의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4년 IPCC가 제5차 평가보고서를 내면서, 탄소감축 문제는 이제 산업계가 자발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컨센서스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IPCC란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와 유엔환경계획이 공동설립한 국제기구로,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규명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IPCC 제5차 종합보고서 원문 다운로드 하기)

그리고 다음해인 2015년 제21차 당사국 총회에서 우리가 이제는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넷제로 2050’의 개념이 대두되게 됩니다. 즉, 2100년까지 지구온도 상승을 2℃ 이내로, 가능하다면 1.5℃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본격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기업 입장에서 탄소발생을 줄인다는 것은 설비를 교체하거나 공정을 개발하는 등 “돈”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2100년은 너무나 멀어보이고, 들어가는 돈은 지금 당장의 지출로 잡히니, 기업 입장에서 망설이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때문에 2015년 이후부터 최근까지도, 우리 인류는 생각보다 이 탄소를 줄이는 미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지구의 온도상승을 막지도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안타깝게도 말이죠.

그러다 작년,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당사국 총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중간점검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지금처럼 이렇게 해서는 넷제로는 당연히 불가능하고 2100년까지 지구온도 상승을 2℃ 이내로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든 나라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비로소 온실가스 Scope 3 배출에 많은 정부와 기업들이 주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즉 Scope 3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넷제로나 기후변화 대응이 모두 허울뿐인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죠.

아래 그림은 무디스가 2020년에 발표한 전 세계 산업의 Scope 1, 2 배출량과 Scope 3 배출량을 비교한 것입니다. 한 눈에 봐도 Scope 3가 Scope 1, 2를 합친 것보다 3배 가까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때문애 우리가 Scope 3 문제를 외면한 채 기후변화를 막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아래 그림은 애플이 발표한 2019년, 2020년, 그리고 2021년의 탄소배출량입니다.

2019년 애플의 총 탄소배출량은 약 2,510만 톤 정도였습니다. 그 중 Scope 1 배출은 1% 미만, Scope 2 배출은 RE100 달성으로 0%가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Scope 3 배출량이 전체의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0년 애플 ESG 보고서 원문 다운로드 하기, 온실가스 배출량은 12페이지 확인)

2020년의 배출량은 총 2,260만 톤으로 2019년에 비해 살짝 줄어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말 코로나가 터지면서 2020년에 폭스콘 공장이 상당기간 폐쇄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감축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관련기사 : 중국 세계 스마트폰 70% 생산… 제조사, 신종 코로나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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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애플의 Environment Progress Report 원문 다운로드 하기, 온실가스 배출량은 12페이지 확인)

2021년 역시 애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Scope 1이 1% 미만, Scope 2가 0%인 것은 동일하나, Scope 3 배출량은 2,250만 톤으로 2020년에 비해 약 10만 톤을 감축하는 데에 그쳤습니다. 이 역시 유의미한 감소라고 보기는 어렵겠죠.

(애플의 2022년 Environmental Progress Report 원문 다운로드 하기, 온실가스 배출량은 13페이지 확인)

물론 애플이 이런 상황을 모르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또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애플은 폭스콘에게 넷제로에 동참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2022년 4월 폭스콘은 드디어 넷제로 동참 계획을 발표합니다. (관련기사 : 애플 탄소중립 발표에 최대 협력사 폭스콘도 동참)

이처럼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자신의 탄소배출 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체의 탄소배출, 즉 Scope 3까지 감축하려는 노력을 계속하여야만 진정한 의미의 기후위기 대응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기업의 온실가스 Scope 3 배출 문제에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주의를 환기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이는 비단 기업만의 책임은 아닐 것입니다. 매일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또 폐기하는 과정에서 제품이 재활용되지 못함에 따라 발생하는 탄소는 온전히 우리 소비자들의 몫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 문제는 정부가 정부의 역할을 다 하고 기업은 기업의 책임을 다 할 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감시가 있을 때에 진정한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All About ESG에서는 앞으로도 기업들의 Scope 3 대응 상황을 살펴보고, 잘하는 기업은 어떤 부분을 잘하고 있는지, 좀 더 분발이 필요한 기업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면밀히 분석해 공개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보다 성숙하고 진정성 있는 대응방안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실천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All About ESG

안녕하세요 탄소요정입니다. 저탄소 지구를 향한 흥미로운 여정, 지금 저와 함께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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