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CDP 정보공개를 통해 본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후대응 현황
오늘은 2022년 CDP 정보공개 결과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후대응 현황 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CDP 정보공개가 중요한 이유
2022년 2월 공개된 IPCC 6차 평가보고서에서는 기업들의 기후정보 공개가 중요한 기후위기 대응 방법 중 하나라고 발표하였습니다.
넷제로 달성을 위해 기업은 “목표 설정, 장기적 투자와 기술개발, 공급망 재편, 기후정보 공유”를, 금융기관은 “대출기업 및 투자기업에 대한 정보공개 촉구” 를 더 가속화 해야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CDP는 2003년부터 투자자 관점에서 기업들의 기후 관련 정보공개를 주도해 오고 있습니다.
현재 EU, 미국 SEC, IFRS 등이 ESG 공시기준을 놓고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기후 관련한 공시는 TCFD로 수렴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 TCFD는 CDP를 토대로 도출되었으며, 역으로 다시 CDP는 2018년 이 TCFD를 반영해 기업들에게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CDP 대응이 바로 TCFD 대응인 것입니다.
현재 CDP에 정보공개를 하고 있는 기업은 전세계적으로 2만 개 기업에 육박하고, 우리나라에서도 2022년 152개 기업이 CDP 플랫폼을 통해 기후 정보를 공개하였습니다.
글로벌 경제에서 이제 CDP 정보공개는 기업의 ‘기후행동’과 동의어로 사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중요한 환경경쟁력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2022년 CDP를 통해 공개된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후정보를 전세계 기업들과 비교하여 넷제로 목표 설정 현황, Scope 3 배출 관리 현황, 재생에너지 사용 현황, 그리고 CDP 정보공개에 가장 잘 대응하고 있는 국내기업에는 어떤 곳들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오늘 글은 2023년 2월 CDP한국사무소가 발표한 “CDP Korea Climate Change and Water Report 2022” (원문 다운로드 하기)의 주요 내용을 요약, 발췌하였습니다.
넷제로 목표 설정과 SBTi
2022년 9월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8,300개가 넘는 기업들이 넷제로 목표 수립을 선언하였습니다.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고 투자자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은 바로 SBTi 에 기반하여 감축목표를 수립하는 것입니다.
SBTi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을 통해 기업이 감축목표를 설정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국제 이니셔티브로서, 각 산업군의 특성을 고려한 섹터별 지침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SBTi의 가이드라인을 따라 넷제로 목표를 설정하게 되면 먼저, 2050년 뿐만 아니라 2030년을 목표로 하는 단기 목표도 세워야 하고, Scope 1, 2 뿐만 아니라 Scope 3 배출량 감축도 모두 목표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또한 감축의 한 방법으로 탄소배출권 구매 등을 통한 “상쇄”를 활용하고자 할 경우, 적극적인 감축활동으로 전체 배출량의 90~95%를 먼저 감축하고 난 뒤에, 나머지 미감축분에 대해서만 상쇄할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최근 넷제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SBTi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 역시 늘어나고 있는데요, 2022년 12월 기준 전세계 4,531개 기업이 SBTi에 기반한 넷제로 목표를 수립하였으며, 한국에서도 2023년 1월 기준 37개 기업이 SBTi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넷제로 목표 설정 현황
2022년 CDP 정보공개에 참여한 우리나라의 152개 기업 중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단기 (5~10년)와 장기 (10년 이상)로 나눠 모두 수립한 기업은 총 28개로, 전체 응답기업의 18%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Scope 1, 2 배출량의 95% 이상 감축이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세운 기업은 138개 기업으로, 전체 응답기업의 91%나 되었습니다.
글로벌 평균을 보면 Scope 1, 2 배출량의 95% 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기업은 전체의 59%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들의 목표 수준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단, 우리나라는 G7 국가들에 비해 CDP 응답기업의 숫자 자체가 적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미국의 CDP 응답기업은661개, 일본은 738개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후정보 공개 참여율은 상당히 저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 기업들이 수립한 감축목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2억 9,700만 톤 CO2e 입니다. 이는 2021년 배출량 대비 29% 감축된 양으로, SBTi에서 제시하는 2030년까지 총 감축율 42%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입니다.
즉 우리나라 응답기업 전체 중 91%가 2050년까지 Scope 1,2 배출량의 95% 이상을 감축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지만, 그 중간지점인 2030년까지 실제 감축 가능한 양은 현재 배출량의 29%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2050 넷제로 목표 설정과 관련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 달성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입니다.
때문에 넷제로에 대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2030년까지의 목표감축량을 SBTi 권고수준인 현재 배출량 대비 최소 42%까지는 끌어올려야 할 것입니다.
Scope 3 문제
Scope 3 란 기업의 밸류체인 전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발생량을 말합니다.
2022년 CDP를 통해 기업들이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Scope 1,2를 합친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08억 톤CO2e, Scope 3의 배출량은 1,341억 톤 CO2e로, Scope 3 배출량이 Scope 1, 2를 모두 합친 것보다 약 1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때문에 Scope 3 문제를 외면한 채 넷제로를 외치는 것은 일종의 그린워싱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전세계 ESG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며, 최근 EU,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기후공시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의무에 Scope 3를 포함시키고 있는 것 역시 동일한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CDP 응답기업들의 Scope 1,2 배출량은 4.2억 톤 CO2e, Scope 3 배출량은 15.2억 톤 CO2e로, Scope 3가 1,2의 약 3.6배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 연료의 직접 연소가 많은 국내 산업구조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글로벌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Scope 3 배출량이 적은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아직 국내에서의 Scope 3 배출량 산정 및 관리가 상당히 미비한 수준임을 고려할 때, 실제 Scope 3 배출량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Scope 3 배출량을 산정하고 감축해 나가기 위해서는 공급망의 적극적인 기후정보 공개가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이러한 필요성에 부응하기 위해 CDP는 공급망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서플라이 체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대기업의 공급망 안에 속해있는 중견, 중소기업들을 위하여 별도로 고안된 설문지를 배포하고 이를 취합한 뒤, 해당 공급망을 관리하는 대기업에게만 그 결과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CDP의 서플라이 체인 프로그램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이 블로그의 이전 글 “공급망 서플라이어들의 온실가스 감축현황 및 향후 전망”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2022년 CDP에 참여한 국내 152개 기업 중,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공급망 관리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57%였으며, 특히 공급망에 속해있는 중견, 중소 기업 중에서 온실가스 목표를 수립한 기업도 48%에 달해, 우리나라 산업의 밸류체인 전체가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재생에너지 사용
기업들이 목표로 하는 넷제로 달성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바로 재생에너지 사용입니다.
이는 기업들의 자체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수단이기도 한데요, 2022년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국내 대기업 중 약 30%가 해외 바이어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 받고 있다고 응답하였습니다.
2022년 CDP를 통해 정보공개를 한 전세계 2만 여 개 기업 중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수립한 기업은 총 546개 기업이었으며, 이 중 유럽기업이 245개, 미국기업이 111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였습니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는 전체 152개 기업 중 37개 기업이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응답하였습니다.
이 중 달성시기를 밝히지 않은 4개 기업을 제외하고, 33개 기업 중 달성시기를 2025년으로 밝힌 기업이 2개, 2030년으로 밝힌 기업이 4개, 2025년 1개, 2040년 12개, 2045년 1개, 2050년 13개 기업으로, 2040년과 2050년이 가장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조달은 아직 대단히 부족한 편입니다.
현재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국내기업은 총 64개였는데, 이 기업들이 사용하는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전체 전력사용량 중 7% (약 8,097GWh)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재생에너지 사용 방법 중 인증서를 구매해 상쇄하는 REC 구매와 재생에너지에 더 높은 요금을 지불하여 구매하는 방식인 녹색프리미엄이 7,302GWh로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여,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들이 실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활동보다는 손쉽게 돈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실제 재생에너지를 발전하여 사용하는 PPA 및 자가발전은 800 GWh 미만으로 전체의 10% (전체 전력사용량 중에서는 0.7%)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CDP 평가 등급
CDP는 기후변화, 수자원, 산림 3가지 테마로 구성된 질의서를 통해 매년 기업들로부터 응답을 회신 받습니다.
기업들이 응답한 내용에 대하여 CDP는 기업의 환경책임 수준을 다음과 같이 4가지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 Disclosure : 기업 응답의 완성도 수준
- Awareness : 환경이슈, 리스크, 사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업의 인식 수준
- Management : 환경이슈 대응을 위한 기업의 활동, 정책, 전략 수준
- Leadership : 환경 대응 우수 기업
이러한 기준으로 평가를 진행하여 해당 기업의 환경책임 수준은 D- 부터 A까지 총 8단계로 랭킹됩니다.
기후변화 부문에서 A- 이상을 받은 기업 중 상위 5개 기업은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으로 지정되며, 2022년 탄소경영 아너스클럽에 포함된 우리나라 기업은 현대위아, IBK기업은행, SK 텔레콤, 하나금융그룹, 그리고 LG 이노텍입니다.
그리고 이 탄소경영 아너스클럽에 5년 연속 포함된 기업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우리나라 기업 중 2022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기업은 SK하이닉스, 삼성전기, 삼성물산, KT, 신한금융그룹, 그리고 현대건설 이렇게 총 6개 기업입니다.
CDP는 전세계 모든 기업들로부터 정보를 제공 받아 이를 일관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는 국제 이니셔티브인만큼, CDP에 의해 아너스 클럽으로 인정 받고 또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국제사회에서도 환경경쟁력, 탄소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당당히 이름을 내밀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CDP 평가에서 좋은 랭킹으로 인정 받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더 많아지면 넷제로를 향한 우리나라의 발걸음에도 더욱 진정성이 실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All About ESG에서는 앞으로도 CDP 보고서를 분석하여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후대응 현황 에 대한 정보를 폭넓게 다루고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