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정제 제품의 탄소발자국 계산

오늘은 원유 정제 제품의 탄소발자국 계산 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인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할 때 cradle-to-gate (원료 채취부터 제품 생산까지), cradle-to-grave(원료 채취부터 제품 생산, 소비자 사용을 거쳐 제품 폐기까지)의 범위가 있는 것처럼, 정유 제품에도 동일한 개념이 있습니다.

 

다만 표현방법이 조금 다른데요, 원유를 시추해서 정제과정을 거쳐 제품으로 생산되는 과정까지가 Well-To-Tank, 이 제품이 판매가 되어서 소비자가 사용을 하는 단계까지 포함된 것이 Well-To-Wheel 입니다. (정유제품은 사용 단계에서 연소되어 사라지기 때문에 폐기 단계가 따로 없고 사용 단계까지만 고려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WTT와 WTW의 범위를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정유 제품의 LCA 범위
정유 제품의 LCA 범위

 

오늘 글에서는 소비자 사용단계는 제외하고 Well-To-Tank를 기준으로 정리 드리겠습니다.

 

원유 정제 제품 탄소발자국 계산 이 어려운 이유

원유 정제 제품의 탄소발자국 계산이 왜 어려운지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원유 정제가 어떤 공정을 통해 이루어지는지 간략하게나마 알아야 합니다.

 

아래 그림은 원유 정제 공정을 매우 단순화 하여 표현한 그림인데요,

 

원유 정제 공정
원유 정제 공정

 

실제 정제 공정은 절대로 이렇게 단순하지 않지만, 정유 제품 탄소발자국 계산의 어려움을 한눈에 이해하기에는 매우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됩니다.

 

일반적인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할 때는 원료의 채취, 원료의 운송, 제품의 제조, 제품의 유통, 소비자 사용, 제품의 폐기 등의 단계를 따릅니다. (제품의 탄소발자국 계산과 관련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블로그의 이전 제품 탄소발자국 계산하는 법”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제품의 제조 과정에서, 예를 들어 아래 그림처럼 총 3~4개의 공정을 거친다 해도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첫번째 공정, 그 산출물을 두번째 공정으로 옮겨서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두번째 공정, 이런 식으로 공정별로 구분해서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죠.

 

폐플라스틱의 기계적 재활용 공정
폐플라스틱의 기계적 재활용 공정

 

하지만 위 정제 공정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원유의 정제 공정은 이런 식으로 앞의 공정과 뒤의 공정을 정확히 딱 잘라 구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원유의 정제공정은 아주 거대한 공정 전체가 중간에 끊임없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처리가 일어나기 때문에, 이 “전체” 공정의 탄소발생량을 계산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최종적으로 생산되는 LPG, 휘발유, 등유, 경유 등 각각의 제품에 이 전체 탄소발생량을 각각 어떻게 나눠줄거냐 하는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아래 그림을 다시 한 번 볼까요? 증류탑에서 원유를 한 번 끓여서, 끓는 점이 서로 다른 LPG와 휘발유와 등유, 경유 등이 한 번에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럼 이 때 원유를 끓이는 전기로 인해 총 탄소가 500톤이 발생했다고 했을 때, LPG를 생산하면서 발생한 탄소가 얼마인지, 휘발유를 생산하면서 발생한 탄소가 얼마인지, 각각 어떻게 구분해낼 수 있을까요?

 

원유 정제 공정
원유 정제 공정

 

이것이 바로 아주 오랫동안 원유 정제제품에서 논란이 되어 온 “할당”의 문제입니다.

 

이 할당을 편하고 손쉽게 하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습니다.

 

Plant-based LCA

 

아래 그림은 정제 공정 전체에서 각 공정마다 투입되는 전기, 스팀, 촉매 등, 또 각 공정마다 발생되는 배출물 (대기오염 물질, 수질오염 물질 등이 되겠죠), 그리고 각 공정마다 생산되는 반제품의 흐름이 전체적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생산된 LPG, 휘발유, 등유, 경유 등의 물량이 표시되어 있네요.

 

plant-based LCA
plant-based LCA

 

이렇게 공정 전체에 투입된 전기 사용량, 스팀사용량, 촉매 사용량, 또 발생된 대기배출물, 수계배출물 등등의 정보를 다 모으면, 이 공정 전체에서 발생된 탄소량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한 265만 톤 정도 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최종적으로 생산된 제품들이 있을 겁니다. LPG, 납사, 휘발유, 등유, 경유 등.

 

이 최종제품들을 다 합치면 질량이 약 500톤, 만일 발열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3,000 MJ 정도 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그럼 그 전체 질량에서 각각의 제품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쪼개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종 제품들의 전체 질량에서 LPG의 질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0.3 %, 납사가 16.1%, 휘발유가 39%, 등유가 7.1%, 경유가 15.6%, 그리고 그 나머지 (아스팔트, 벙커씨유 등)가 11.9%의 질량을 차지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러면 아까 위에서 계산한 공정 “전체”의 탄소발생량 265만톤을, 이 최종제품의 각 질량 비율대로 나눠줍니다.

 

  • LPG = 265만톤 * 10.3% = 272,950톤 CO2e
  • 납사 = 2665만톤 * 16.1% = 426,650톤 CO2e
  • 휘발유 = 265만톤 * 39% = 1,033,500 톤 CO2e
  • 등유 = 265만톤 * 7.1% = 188,150 톤 CO2e
  • 경유 = 265만톤 * 15.6% = 413,400톤 CO2e
  • 기타 = 265만톤 * 11.9% = 315,350톤 CO2e

 

이렇게 최종 제품의 질량 비중대로 전체 탄소발생량을 쪼개주면, 각 제품을 생산하는 데에 얼만큼의 탄소가 발생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주 쉽고 간단하죠?

 

이 과정을 한눈에 알기 쉽게 표현하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plant-based LCA 방법
plant-based LCA 방법

 

그런데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였다면 애초에 정유 제품의 “할당”이 논란이 될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이 계산법은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 계산법에 의하면 우리는 각 공정별 탄소발생량을 알 수가 없습니다.

 

정유사들이 제품의 탄소량을 알고자 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는 탄소발생량을 줄이기 위해서 입니다.

 

실제로 정유사들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정제공정에 원료로 다시 투입하거나, 노후된 설비를 교체하여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등 탄소감축을 위한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plant-based로 계산을 해버리면 그러한 감축 노력들이 공정 전체에 통으로 녹아져 들어가기 때문에 정확히 어디서 얼만큼의 감축효과가 있었는지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또한 원유 정제공정은 굉장히 많은 공정들이 아주 밀접하게 서로 유기적으로 엮여 있어 상호작용을 하면서 제품이 생산되는데, 이 방법을 사용하여 계산하면 그런 공정들간의 interaction이 전혀 반영될 수 없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죠.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바로 Process-based LCA 입니다.

 

Process-based LCA

 

위에서 Plant-based LCA는 공정 전체의 탄소발생량을 계산한 다음에, 최종 생산된 제품의 전체 질량 중 각 제품의 질량 비중을 구해 그 비중만큼 탄소발생량을 할당해준다고 설명드렸습니다.

 

Process-based LCA는 쉽게 말해, 이 할당과정을 각 공정별로 계속해서 반복하며 뻗어나가는 계산법입니다.

 

아래 그림과 함께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Process-based LCA
Process-based LCA

 

먼저, 원유가 증류탑에 투입되면 , 상압증류를 거치면서 여러 아웃스트림으로 산출물 (반제품)들이 뻗어나가게 됩니다.

 

우리가 만일 반제품의 “질량”을 할당기준으로 삼는다고 하면, 이 상압증류에서 산출되는 반제품 전체의 질량 중 각 반제품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구해서, 이 상압증류 공정에 투입된 전체 에너지 (=탄소발생량)을 그 비중대로 쪼개줍니다.

 

그리고 나서 이제 감압증류로 갔다고 해봅시다. 여기에서는 상압증류를 거치면서 누적되어 내려온 탄소량이 있을 거고, 이 감압증류 공정에만 새롭게 투입된 에너지가 있을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더한 다음에, 감압증류 공정의 아웃스트림으로 뻗어나가는 반제품들의 질량 비중대로 쪼개줍니다.

 

그 다음 유동 촉매분해 공정으로 가봅시다. 그러면 이제 상압증류, 감압증류를 거치며 누적되어 내려온 탄소량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유동 촉매분해 공정에만 새롭게 투입된 에너지가 있겠죠. 이걸 다 더한 다음, 유동 촉매분해 공정의 아웃스트림으로 뻗어나가는 반제품들의 질량 배중대로 쪼개줍니다.

 

이 과정을 각 공정별로 계속해서 반복하여 뻗어나가는 겁니다.

 

어떤가요?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죠?

 

이 Process-based LCA는 미국의 Argonne 국립연구소에서도 연료의 LCA를 수행할 때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검증을 받은 LCA 방법론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미국 Argonne 국립연구소의 석유 연료 LCA 방법론에 대한 설명자료 다운로드 하기)

 

그러면 이렇게 Process base로 계산을 하는 것과 저 위에서 살펴본 Plant base로 계산을 하는 것 사이에 과연 결과값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plant-based LCA와 Process-based LCA의 결과값 비교
plant-based LCA와 Process-based LCA의 결과값 비교

 

왼쪽이 Plant-based LCA결과, 오른쪽이 Process-based LCA 결과입니다.

 

두 LCA 모두 제품의 질량, 발열량, 그리고 시장가격을 가중치로 두고 계산을 하였습니다.

 

공정 전체에 사용한 에너지가 100 이라고 했을 때, Plant-based 로 계산하면 휘발유 (Gasoline) 같은 경우 질량을 가중치로 준 경우 (37.5%)와 발열량을 가중치로 준 경우 (41.6%), 그리고 제품 가격으로 가중치를 준 경우 (57.6%)에 상당히 큰 편차가 나타납니다.

 

또 LPG나 기타 제품들 같은 경우에도 가중치를 뭘로 주느냐에 따라서 상당히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료의 질량과 발열량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질량 가중치와 발열량 가중치가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데이터의 신뢰성이 상당히 불안정하다는 반증일 수 있습니다.

 

Process-based LCA 결과를 볼까요?

 

이 계산해서는 질량과 발열량의 관계가 잘 반영되어 있고 전체적으로 상당히 안정적인 데이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둘 중에 어느 게 맞고 어느 건 틀리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줄여나가야 하는 정유사의 입장을 생각해봤을 때는 Process-based LCA를 수행하여야 각 공정별 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고 그래야 구체적인 감축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보다 환경문제, 특히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훨씬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에는, 유럽 정유사 연합이 CONCAWE에서 유럽 정유사들이 생산한 연료 제품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유럽 정유제품의 온실가스 배출량
유럽 정유제품의 온실가스 배출량

 

지난 2022년에 발표된 수치를 보면, 1 MJ 당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LPG가 8.14g 으로 가장 높고, 디젤이 6.95g으로 두번째를 차지합니다. 납사는 1 MJ당 평균 4.96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배출량을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원유를 정제하여 생산하는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알아야 하는 것은 비단 정유사들에게만 중요한 일은 아닙니다.

 

석유화학 산업은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생산의 6.1% , 수출의 8.2%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주력 산업으로, 특히 유럽에 대한 수출비중이 높습니다.

 

그런데 EU가 올해부터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적용하기로 발표함에 따라, 정유사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업계 전체도 자사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알아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석유화학 제품 탄소배출량의 계산은 정유제품 중 납사 (NAPHTHA)의 수치로부터 시작되므로, 업스트림 (원유 및 정유)에서 먼저 배출량 숫자를 확인해줘야만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유럽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업스트림 및 다운스트림의 탄소발생량을 자체적으로 계산해서 발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업스트림  정유제품의 탄소발생량 조차 계산하여 발표한 정유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유럽에 비해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서둘러 석유업계 전체가 협력하여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의 탄소배출량을 확인해야만 향후 개시될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글이 우리나라 석유업계의 기후변화 대응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정유제품 석유화학 제품의 탄소배출량 계산과 관련한 문의는 contact@allaboutesg.net 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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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탄소요정입니다. 저탄소 지구를 향한 흥미로운 여정, 지금 저와 함께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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