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탄소발자국 계산하는 법
제품 탄소발자국 이란 어떤 제품 하나를 만들기 위한 원료의 채취부터 사용 후 폐기에 이르기까지, 한 제품의 생애주기 전체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말합니다.
얼핏 들으면 간단한 개념인 것 같지만, 실제로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아주 쉽게 볼 수 있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콜라캔을 예로 들어 설명해볼까요?
원료물질의 채취부터 제조 직전 단계까지 발생하는 탄소발자국
콜라캔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먼저, 광산에서 보크사이트 광석을 채취하는 데에 얼만큼의 탄소가 발생되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부터 이미 헉- 하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우리가 아주 흔하게 사용하는 많은 제품의 원료 물질들, 예를 들어 철강, 플라스틱, 알루미늄, 이런 원료 물질들을 최초로 채취하는 과정에서 얼만큼의 탄소가 발생되었는지 일반 제조기업들이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LCI (Life Cycle Inventory) 데이터베이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반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여러 원료물질 채취 과정의 탄소량을 조사하여 정리해놓은 데이터베이스입니다. 대부분의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할 때, 이 원료물질 채취 과정의 탄소발생량은 LCI DB의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LCI DB는 UN과 유럽집행위원회 (EC)가 개발하고 있는 공적 DB와, 사기업인 Gabi 및 SimaPro 등이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는 민간 DB 등이 있습니다. (LCI DB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자동차 전과정평가를 위한 LCI 데이터 베이스” 참고-원문 다운로드 하기)
※ 콜라캔은 보통 알루미늄으로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알루미늄 30%, 강철 70%의 비율로 만들어집니다. 다만 이 글에서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100%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가정하겠습니다.
게다가 이 광산이 한국이 아니라 중국에 위치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세계적으로 보크사이트 매장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아프리카의 기니이지만, 채굴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는 중국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보크사이트 광석을 채취해서 한국에 있는 제련공장까지 싣고 오는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 역시 계산되어야 합니다. 만일 광석이 배를 타고 온다고 가정했을 경우, 일단 광산에서 중국의 항구까지 트럭으로, 중국 항구에서 우리나라 항구까지 배를 타고 오는 과정에서 트럭이나 배나 기름을 쓰니까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탄소량이 있을 것입니다.
※ 실제로는 우리나라에는 알루미늄 가공업체만 있을 뿐 순괴를 생산하는 업체는 없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글에서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나라 안에서 제련을 통해 순괴가 생산되는 것으로 가정하였습니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중국의 광산에서 광석 채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
- 중국의 광산에서 항구까지 트럭으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
- 중국의 항구에서 한국의 항구까지 배를 타고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
- 한국의 항구에서 알루미늄 제련 공장까지 트럭으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
원료물질이 우리나라의 제련공장에 도착하는 과정까지의 탄소량을 계산하자면 대략 이 정도 요소들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알루미늄 제련,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
하지만 실제 알루미늄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탄소량에 비교하면, 원료 채취와 운송과정의 탄소량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알루미늄은 구리 같은 다른 비철금속, 또는 철광석보다 제련 과정에서 많은 탄소가 발생되기로 유명합니다. 그 이유는 알루미늄과 산소가 매우 강하게 결합하고 있어 일반적인 가열 방법으로는 순수한 알루미늄을 얻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 알루미늄의 제련 과정을 모두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 같습니다. 아주 간단하게만 설명하면, 보크사이트로부터 산화 알루미늄을 추출한 뒤 다시 이를 빙정석과 섞어 전기분해로 알루미늄을 추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량의 전기가 사용되는데, 우리나라에 알루미늄 제련 공장이 없는 것 역시 이 전기사용량과 관련이 있습니다. 알루미늄 순괴의 생산원가 중 40%가 이 전기사용량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알루미늄을 제련하여 순괴를 수출하는 국가들은 모두 전기세가 매우 저렴한 국가들입니다.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가 싼 편이라고는 하지만,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국가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겠죠.
생산원가 뿐만 아니라 탄소발자국의 관점에서도, 이 “제련”과정에서 사용되는 대량의 전기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량이 알루미늄 캔 제품 전체 탄소발자국 중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또 제련 과정에서 폐기물과 폐수 등이 발생되는데, 이러한 폐기물들이 처리장으로 이동하는 과정, 또 실제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도 알루미늄캔의 탄소발자국으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상 알루미늄의 제련과정에서 계산되어야 하는 탄소발자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제련공장에서 전기 (또는 가스, 스팀 등 모든 유틸리티)를 사용하면서 발생되는 탄소량
- 제련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폐기물 처리장으로 이동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탄소량
- 폐기물이 처리되면서 발생되는 탄소량
자, 이제 알루미늄 괴가 생산되었습니다. 그럼 이것을 알루미늄캔으로 가공하는 과정을 거쳐야겠죠? 우리나라에 있는 대부분의 알루미늄 업체들은 바로 이 알루미늄 괴를 수입해서 “가공”하는 업체들입니다.
이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은 제련과정의 탄소량을 계산하는 방법과 동일합니다.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겠습니다.
- 가공공장에서 전기 (또는 가스, 스팀 등 모든 유틸리티)를 사용하면서 발생되는 탄소량
- 가공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폐기물 처리장으로 이동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탄소량
- 폐기물이 처리되면서 발생되는 탄소량
이제 알루미늄캔이 완성되었습니다. 이후에 음료공장에서 콜라를 캔에 담는 과정이 있지만, 지금 우리는 “알루미늄캔”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하는 것이지 “콜라 한 캔”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하는 게 아니므로 그 과정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소비자에게 콜라가 판매되고 난 이후에 “사용” 단계에서는 발생되는 탄소가 없는 것으로 가정하겠습니다.
만일 우리 제품이 전자제품이나 자동차라면, 이 “사용”단계의 탄소발자국이 가장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몇 년 혹은 몇 십 년 동안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매일 전기를 쓰고 기름을 쓰니까요.
자, 이제 사용 단계는 건너뛰고 폐기 단계로 가보겠습니다.
알루미늄캔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
만일 알루미늄캔을 재활용하지 않고 그냥 폐기할 경우 폐기 방법은 매립이나 소각 둘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두 방법 모두 어느 정도의 탄소배출은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알루미늄캔을 재활용 하여 다시 새로운 알루미늄캔을 만든다면 어떨까요?
이 글에서 탄소발자국을 계산해 볼 예시로 알루미늄캔을 든 이유가 이제 등장했습니다.
이론상 알루미늄은 100% 재활용이 가능하며, 플라스틱이나 다른 금속 제품과 달리 여러 번 재활용 해도 품질 손상이 없습니다.
물론 폐알루미늄캔을 새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운송, 재가공 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탄소가 배출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보크사이트 광석을 채취하여 제련-가공을 거쳐 알루미늄 캔을 만드는 데에 배출되는 탄소가 100이라고 한다면, 폐알루미늄캔을 새알루미늄캔으로 재가공 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5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무려 1/20 수준인 것이죠.
각 제품의 성격에 따라 감축 방법도 달라져야 하기에 탄소발자국 계산이 필요합니다.
알루미늄캔은 그 제련과정에서 가장 많은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재활용이 가장 효율적으로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자동차나 가전제품의 경우, 소비자의 “사용” 단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가 배출되므로 연비효율이나 전력효율을 높이는 것이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화장품 같은 경우에는 플라스틱 패키지로 인해 제품 “폐기” 단계에서 많은 탄소가 발생되어, 패키지를 줄이거나 재활용하거나 아예 플라스틱 패키지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 좋은 감축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하면 원료채취부터 폐기까지 제품의 전 생애주기 내에서 어느 단계에 가장 많은 탄소가 배출되는지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는 곧 효율적인 감축 수단을 찾아내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겠죠.
우리 소비자들에게는 탄소발자국이 왜 필요할까요?
같은 기능을 하는 제품이라면 기왕이면 탄소배출량이 좀 더 적은 제품을 구매하는 쪽으로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바뀌어야 기업들도 계속해서 탄소발자국이 더 적은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소비자가 관심 없고 원하지 않는데 환경을 위해 돈을 쓰고 투자하는 기업은 지구상에 어디에도 없습니다. 결국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소비자이니까요.
때문에 우리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제품의 탄소발자국에 관심을 갖고, 탄소발자국이 더 적은 제품을 선호하는 의사표현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아직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초기 단계여서, 정확한 탄소발자국 정보가 알려져 있는 제품군이 많지는 않습니다. All About ESG 에서는 지속적으로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분석하여 그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효율적인 감축 방법을 제시하고 소비자 및 기업의 행동변화를 촉구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이어질 제품 탄소발자국 시리즈에 많은 기대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