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SBTi 가입방법

오늘은 중소기업 SBTi 가입방법 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이 전세계적 당면 과제라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대기업들은 자신의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해왔고 소기의 성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점차 과학적인 데이터들이 모이고 검증이 이루어지면서, 대기업 몇 곳의 노력만으로는 지구온난화를 결코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불거진 것이 바로 “공급망” 이슈, 더 구체적으로는 scope 3 문제입니다 (온실가스 scope 3와 관련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이 블로그의 다른 글 “온실가스 scope 3란 무엇인가” 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대기업들에게는 이제 자기 자신의 온실가스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들의 온실가스까지 관리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 것입니다.

몇몇 대기업들은 이러한 공급망 온실가스 관리를 위해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운영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효율적이고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글로벌 이니셔티브들을 활용하는 것이죠.

“글로벌 이니셔티브”란, 여전히 한국어로 번역을 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단어입니다.

쉽게 말하면 “어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협력하는 모임”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SG 분야에서 유명한 글로벌 이니셔티브로는 CDP, SBTi, RBA (+RMI), UN 글로벌컴팩트 등이 있습니다.

CDP는 Carbon Disclosure Project의 약자로, 전 세계 기업 (+공공기관)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여기서 공개의 대상은 기본적으로는 투자자들이며, 일반 대중에게는 이를 허락한 기업에 한해서만 공개합니다.

기업들에게는 자신의 배출량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또 CDP에서 높은 등급을 받으면 향후 투자를 유치하거나 마케팅을 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7,000개 이상의 기업이 CDP 플랫폼에 자신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SBTi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이니셔티브입니다. SBTi는 Science Based Target Initiative의 약자로, 우리나라 말로는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 로 불립니다.

 

SBTi란 무엇인가

SBTi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 이렇습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기업들이 “2050 넷제로”를 선언했죠.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도대체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온실가스를 0으로 만들겠다는 건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곳들이 대부분입니다.

결국 기업들의 넷제로 선언은 공수표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면서, CDP와 세계자연기금 (WWF), UN 글로벌컴팩트 및 세계자원연구소 (WRI)는 기업들의 실제적인 넷제로 달성을 지원하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만들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SBTi 죠.

SBTi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학적인 방법론에 기반하여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도록 돕는 곳입니다.

SBTi에는 많은 기후과학자들 모여 있으며, 기업이 제출한 감축목표가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것인지, 그 방법론이 기후과학에 기반하고 있는지 등 여부를 검토하여 해당 목표가 적정하면 승인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반려하여 기업이 다시 넷제로 목표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합니다.

뿐만 아니라, 각 산업별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방법론이 필요할텐데요, 예컨대 석유화학 기업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 섬유 제조 기업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 IT 기업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은 모두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각 산업별 온실가스 감축 방법론을 개발하여 공개적으로 배포함으로써, 최대한 많은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일조하고 있습니다. 현재 SBTi가 감축방법론 개발을 끝낸 산업분야는 섬유 및 신발, 시멘트, 금융기관, 임업·토지·농업 (FLAG), ICT, 해사, 발전, 이상 7개 분야입니다. 각 분야별 감축방법론 지침서는 Sector Guidance – Science Based Targets 에서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SBTi의 노력에 많은 기업들이 공감하여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2,200개 이상 기업이 SBTi에 동참하여 과학기반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2,200개 기업은 SBTi로부터 감축목표를 승인 받은 기업의 숫자이며, 목표를 제출하고 현재 검토 단계에 있는 기업은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또한 SBTi에 가입하면 감축목표를 제출해야 할 뿐만 아니라, CDP 플랫폼이나 자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감축 진행현황을 매년 공개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전지구적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도맡고 있는 곳이 바로 SBTi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중소기업과 SBTi

그런데 이처럼 SBTi에 가입하고 감축목표를 세운다는 것은 생각처럼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과학적인 방법론에 기반하여 우리회사의 배출량을 2050년까지 0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는 건, 대기업에게도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요되는 프로젝트인데 하물며 중소기업들에게는 어떨까요.

때문에 SBTi가 대기업만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있어왔고, 이에 SBTi에서는 중소기업을 위한 간소화된 감축목표 설정 루트를 개발하였습니다.

SBTi에서 말하는 중소기업은 직원수 500명 미만인, 자회사가 아닌 독립회사를 말합니다. (금융기관과 석유 및 가스 분야 회사는 직원수 500명 미만이어도 제외됩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정의나 시가 총액 등은 SBTi가 중소기업을 정의하는 고려사항이 아닙니다.

여기서 직원수는 풀타임 직원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조직에 고용된 총 인원을 모두 포함시켜야 합니다 (계약직, 시간제 등 모두 포함).

간소화된 루트를 사용하면 중소기업은 단기목표 (5~10년), 또는 단기목표+장기목표 (2050년)로 선택해서 감축목표를 정할 수 있고 (장기목표”만” 설정할 수는 없습니다), 감축량도 옵션으로 간편하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보다 자세하게, 중소기업이 SBTi에 가입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중소기업 SBTi 가입방법

중소기업이 SBTi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Scope 1, 2, 3 온실가스 배출량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됩니다.

그런데 Scope 1, 2, 3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는 방법은 그 자체만으로 굉장히 전문적인 주제이므로, 이 글에서 배출량 계산법을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Scope 1, 2 배출량 산정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온실가스 프로토콜-사업자 배출량 산정 및 보고 기준 (kor ver.)” scope 3 배출량 산정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Corporate Value Chain (Scope 3) Accounting and Reporting Standard (eng ver.)” 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향후 이 내용에 대해서도 블로그에서 자세히 다룰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럼 배출량 정보 외에, 중소기업이 SBTi에 가입하기 위해서 어떤 자료를 준비하고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중소기업 SBTi 가입방법 – 1단계. 우리회사가 속한 산업군 확인하기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금융기업이나 석유 및 가스 관련 기업은 SBTi의 중소기업 전용 루트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금융기업”은 다음의 활동을 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 자산운용
• 소매 및 상업 은행 활동
• 보험회사 (자산관리 기능을 하는 경우)
• 모기지 부동산 투자 신탁 (REITs, 리츠)
• 회사 수익의 5% 이상이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활동에서 나오는 경우 금융기관으로 간주됩니다.

또한 “석유 및 가스 기업”은 다음을 말합니다.

• 석유, 천연가스, 석탄 또는 기타 화석 연료의 탐사, 추출, 채광 및 생산과 관련된 회사 (이러한 활동으로 발생한 수익 비율에 관계 없음)
• 통합적인 석유 및 가스 회사, 통합적인 가스 회사, 탐사 및 생산만 하는 회사, 정제 및 마케팅만 하는 회사, 석유 제품 유통업체, 가스 유통업체 및 소매업체, 전통적인 석유 및 가스 서비스 회사
• 화석연료 판매, 전송 및 유통, 서비스 및 전용 인프라를 갖춘 밸류체인에 따른 기타 활동에서 수익의 50% 이상을 얻는 회사
• 상업적 목적의 추출 활동을 위한 휴면 또는 활성 화성연료 자산 (예: 탄광, 갈탄 광산 등)에서 수익이 5% 이상 발생하는 회사 (자체 발전을 위해 석탄을 채굴하는 전기 유틸리티는 제외)

위의 두 산업군에 속하지 않는 이상, 직원수 500명 미만 기업은 중소기업을 위한 간소화된 목표설정 경로를 이용할 수 있으며, SBTi에서 분류하고 있는 산업군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에서 우리회사가 속한 산업군이 어디인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중소기업 SBTi 가입방법 – 2단계. 기준연도 (base year) 선택하기

SBTi에서 말하는 기준연도 (base year)란, 온실가스 감축의 시작점이 되는 연도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감축한다고 했을 때, 언제의 배출량 대비 40% 인지를 정하는 것입니다.

기준연도는 기업이 마음대로 아무 연도나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2018년,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 이 5개 연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온실가스 감축의 단기 목표 (2030년까지)의 경우에는 SBTi에서 각각의 기준연도마다 이미 목표감축량을 옵션으로 정해놨기 때문에,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기준연도만 선택하면 단기 감축목표량은 자동으로 정해지게 됩니다.

 

중소기업 SBTi 가입방법 – 3단계. 기준연도별 단기 (2030년까지) 감축량 선택하기

SBTi에서 정해 놓고 있는 기준연도별 단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은 다음과 같습니다.

• 2018년을 기준 연도로 50% 감축
• 2019년을 기준 연도로 46% 감축
• 2020년을 기준 연도로 42% 감축
• 2021년을 기준 연도로 42% 감축
• 2022년을 기준 연도로 42% 감축

만일 제가 2018년을 기준연도로 선택했다면, 2030년까지 2018년의 배출량 대비 50%를 감축해야 하고, 2022년을 기준연도로 한다면 42%를 감축해야 하기 때문에, 기준연도에 따라 8% 정도의 감축량 차이가 납니다.

때문에 기업은 자신의 scope 1, 2, 3 배출량을 산정할 때, 이 5개년도 배출량을 모두 계산해 본 다음 그 중 가장 배출량이 많은 연도를 base year로 선택할 것인지 (처음 시작할 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상태에서 시작하면 감축의 효과도 큽니다), 아니면 가장 최근을 기준연도로 정해서 감축의 부담을 줄일지 미리 의사결정을 해 두어야 합니다.

 

중소기업 SBTi 가입방법 – 4단계. 장기 목표연도 선택하기

장기 목표연도는 2028년부터 2050년까지의 연도 중에 기업이 원하는 연도를 선택하면 됩니다. 단, 여기서 “장기 목표”라 함은, 기준연도 대비 최소 90% 이상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중소기업 SBTi 가입방법 – 5단계. 장기 목표 감축량 선택하기

장기 감축목표의 기준연도는 단기목표와 동일한 연도를 선택하며, 목표 감축량은 최소 90%부터 최대 100%까지 중에 선택합니다.

 

위의 내용을 종합하여, 이해하기 쉽게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회사의 2019년 scope 1 배출량이 200 tCO2e, scope 2 배출량이 2,000 tCO2e, scope 3 배출량이 50 tCO2e 으로 총 2,250 tCO2e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기준연도를 2019년, 장기목표 연도를 2050년, 장기 목표감축량을 90%로 선택했을 때,

 

2030년까지 제가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 양은 scope 1에서 92 tCO2e, scope 2에서 920 tCO2e으로, scope 1, 2를 모두 합치면 1,012 tCO2e 입니다 (중소기업에게는 scope 3 감축이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2050년까지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scope 1에서 180 tCO2e, scope 2에서 1,800 tCO2e으로, scope 1, 2를 모두 합치면 1,980 tCO2e가 됩니다.

 

이렇게, 중소기업은 먼저 자신의 배출량을 계산해 본 뒤에, 감축 여력을 고려해서 목표 감축량과 목표연도 등을 생각해 본 후 SBTi 가입을 검토하여야 합니다.

일단 SBTi에 가입하고 나면 자신의 감축 진행상황을 매년 공개하여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감축계획이나 수단을 확보해두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 압박에 의해 섣불리 가입을 하면, 향후에 감축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할 경우 그러한 상황이 대외적으로 공개되므로 오히려 기업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회사가 섬유 및 신발, 시멘트, 금융기관, 임업·토지·농업 (FLAG), ICT, 해사, 발전, 이 중 하나의 산업에 속한다면 SBTi가 개발해놓은 감축방법론을 활용할 경우 큰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 이 7개 산업군의 감축방법론을 번역하여 블로그에 정리할 예정이오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만일 이 7개 산업군에 속하지 않는다면, 기업 자체적으로 감축방법을 찾아보아야 할텐데, 사실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죠.

All About ESG 에서는 이러한 중소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에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기 위해 국내 및 해외의 다양한 감축 사례들을 분석해서 공유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중소기업이 SBTi에 가입하는 방법과, SBTi 가입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중소기업이 SBTi 가입 페이지에서 단계단계별로 어떤 항목들을 입력하는지 살펴보고 “중소기업 SBTi 가입 매뉴얼”의 형태로 해당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