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업의 EU CSDD 대응 필요성

지난 글에서는 EU 공급망 실사법의 핵심내용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지난글 “EU 공급망 실사법(CSDD)의 주요 내용” 읽어보기) 오늘은 EU의 공급망 실사법이 우리나라에 왜 중요한지, 우리기업이 EU CSDD에 대응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기업의 EU CSDD 대응 필요성 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U CSDD 제정 경과

EU의 공급망 실사법이 어떤 절차를 거쳐 논의되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럽의회와 이사회, 집행위원회가 각각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 역할은 무엇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럽의회는 EU 차원의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의원들로 구성되며, 입법 및 예산에 관한 권한, 집행위원회 구성 및 임면에 대한 권한 등을 갖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입법 권한은 개별국가의 의회보다 미약하며, EU 차원의 입법권한은 이사회가 주도적으로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사회는 회원국 내 장관급 인사로 구성됩니다. 즉 외교에 관한 사안은 각 회원국의 외무부 장관들이, 농업에 관한 사안은 각 회원국의 농업부 장관들이 참여해 논의를 하게 됩니다. 따라서 EU차원의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의회 의원들에 비해 보다 더 자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성격을 띄게 됩니다. 이것이 같은 입법 기구이지만 의회와 이사회의 입장에 차이가 생기게 되는 이유입니다.

EU 집행위원회는 한 국가의 행정부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즉, 의회나 이사회에서 논의될 주제들을 준비하고 그 결정사항이 원칙대로 적용되고 있는지를 감시·감독하고 예산을 관리·감독하는 기능이 주요 업무 영역입니다. 의회와 이사회에 새로운 법안을 제안하고 통과된 법을 집행하는 것도 집행위원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크게 보면 EU 의회는 주로 EU라는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대변한다면(특히 외교, 무역 등의 분야에서), 이사회는 그보다는 좀 더 EU 회원국 각 개별 국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성격이 강합니다.

따라서 집행위가 준비한 하나의 법안에 대해서도 의회와 이사회의 입장차가 갈릴 수밖에 없는 것이죠.

공급망 실사법 역시 EU라는 공동체 전체의 이익과 개별 회원국들의 이익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회-이사회간 상당히 많은 논의를 거칠 수밖에 없었으며, 이것이 우리 한국기업들로 하여금 혼란을 초래하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CSDD를 둘러싸고 지금까지 이루어진 집행위-의회-이사회간 논의 경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2020년 4월) 집행위원회, 공급망 실사지침 관련 법안 계획 발표
  • (2021년 3월) 의회, 집행위원회에 법안 제출을 요구하는 결의안 채택
  • (2022년 2월) 집행위원회, 법안 초안 제출
  • (2022년 11월) 이사회, 집행위 초안에 이사회의 의견을 추가한 수정안 마련
  • (2022년 12월) 이사회, 수정안 확정
  • (2023년 4월) 의회, 이사회 수정안에 대한 의회 수정안 마련
  • (2023년 6월) 의회, 수정안 확정

 

현재는 집행위와 의회, 이사회가 법안의 최종 확정을 위해 3자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이며, 빠르면 내년 초 최종법안을 발표하겠다고 예정하고 있습니다.

동 법안이 본회의 표결 후 통과되면, 통과 시점으로부터 2년 내에 EU의 각 회원국들은 동 법안을 자국 국내법으로 입법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즉, 우리기업은 EU CSDD가 최종 통과되면, 원래 거래를 하고 있던 유럽의 바이어 (또는 원청기업)가 소재한 국가(독일, 프랑스 등 EU회원국)가 이 CSDD를 어떤 내용으로 자국 국내법화 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사는 누가 받는가?

공급망 실사란 쉽게 말해, 기업이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 모든 범위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여기에는 부정적인 환경영향과 인권영향이 모두 포함됩니다)을 인지하고, 예방하고, 또 실제로 발생한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이를 완화하고 처리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잘 갖춰져 있음을 기업 스스로 증명하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는 유럽 소재 대기업(원청기업 또는 바이어)이 자신의 공급망 기업을 대상으로 실사를 수행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 공급망 기업이 또 다시 자신의 하청기업에 대해 실사를 수행해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바이어는 유럽에 소재한 A라는 기업이고, 우리나라의 B 기업이 물건을 만들어서 A에게 수출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업의 많은 부분이 그러하듯이, B는 베트남에 공장 C를 운영하며 이곳에서 물건을 만들어 A에게 납품합니다.

이럴 경우 1차적으로는 A가 B에 대하여 실사를 진행하지만,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B는 C에 대한 실사를 수행한 뒤 그 결과를 A에게 제출하게 됩니다. 즉 우리기업 B는 실사를 받는 동시에 실사를 하는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기업들이 공급망 실사를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CSDD에서 규정하고 있는 실사의 범위는 원자재 납품, 제품 또는 부품의 설계, 원료 추출, 제품 또는 부품 제조, 운송, 저장 뿐만 아니라 폐기물의 관리, 운송, 보관까지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과 관련한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활동이 모두 포함됩니다. 유일하게 제외되는 활동은 개별 소지바에 의한 폐기물 처리입니다.

유럽 소재 기업은 아니지만 세계적인 대기업인 미국의 애플을 예로 살펴볼까요?

애플은 1차 원재료를 가공하는 제련소 및 정제소(업스트림), 제품의 AS를 담당하는 서비스 업체와 고객 지원센터, 제품 수명 종료 후 재활용 처리를 담당하는 재활용 시설(다운스트림)까지, 공급망을 매우 폭넓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애플의 공급망 범위

 

따라서 수출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폭넓게 걸쳐 있는 공급망의 가치사슬에서 반드시 한 부분을 담당하게 될 수밖에 없고, 공급망 실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우리기업의 EU CSDD 대응 필요성

EU CSDD가 본회의에서 표결에 통과되고 각 EU 회원국들이 국내법화 하면, 유럽 소재의 글로벌 대기업들은 본격적으로 자신의 사업활동이 환경이나 인권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 파악하고자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공급망 기업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영향을 파악하고 이를 예방하거나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이 때 공급망에 속해 있는 기업이 실사에 잘 대응하고 요구항목들을 최선을 다해 이행할 경우, 글로벌 대기업의 공급망 내에서 안정적인 포지션을 확보할 수 있고 향후 원청기업(또는 바이어)과의 관계 개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잘하면 좋다”는 의미에서만 공급망 실사 대응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시 한 번 애플의 예시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애플이 발표한 공급망보고서 (2021 “Apple 공급망에 속한 사람과 환경” 원문 다운로드 하기)에 의하면, 아직 애플과 정식 계약관계에 들어가지 않은 일부 협력업체들에 대해 사전 공급망평가를 진행한 결과, 전체 후보업체 중 8%는 최종적으로 공급망 후보에서 탈락하였습니다. 애플이 공급망에 요구하는 엄격한 수칙과 기준들을 준수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신규 업체 뿐만 아니라, 기존 계약업체가 운영하고 있는 신규 시설들도 포함되었습니다.

아직 대부분의 국가와 기업에게 공급망 실사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기존에 이미 확립되어 있던 비즈니스 관계가 공급망 실사 대응 미비를 이유로 단절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기존 협력업체들에게 대기업이 교육과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공급망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에 조금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애플의 예시처럼, 신규 업체에게는 엄격한 기준과 잣대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대기업의 공급망에 새롭게 편입되는 것은 거부되고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는 기존의 협력업체들도 대기업이 정한 일정한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대대적인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탈락되고 실사 대응 수준이 높은 신규 업체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우리 기업은 지금부터 공급망실사법의 내용을 잘 파악하고 대응을 준비하였다가, 본격적으로 실사의 피바람(?)이 불면 오히려 이를 우리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래서 우리 기업들이 공급망 실사에 대응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다 실무적인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다음 글도 많이 기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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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탄소요정입니다. 저탄소 지구를 향한 흥미로운 여정, 지금 저와 함께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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